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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주재원의 마음 가짐
    기록/주재원 Diary 2023. 1. 6. 23:26

    30대 후반에 접어들며 무료해지기 시작한 회사 생활에 커다란 도전과 희망(?)을 가지고 나고야 땅에 주재원으로 들어왔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이미 20대 초중반 센다이에서 3년간 유학을 하며 나에게 편하고 익숙한 곳 이었기에 외국이라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재류 27일차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일본을 알고 있다는 것은 나의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나처럼 오랜만에 일본에 들어왔거나 앞으로 주재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야 겠다는 생각에 주재원 일기를 시작한다.

    주재원 +27일차 밖에 안된 주제에 마음가짐에 대해 논하기는 이르지만 그래도 가장 초기에 모두가 겪을 시행착오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몇가지 당부 사항을 적어둔다. 

     

    첫번째. 주재원은 현지 발령 이후 24시간 업무 On 상태임을 알자 

    본사에서는 나 말고 업무를 보조해 줄 수 있는 동료들이 존재하지만 주재원은 정말 나 혼자라고 보면 된다.

    물론 같은 지역에 근무하는 나 이외의 한국인 주재원 동료들이 있지만 법인장을 포함한 나의 동료들은 나와 같은 주재원으로 현지에 나와있기 때문에 각자의 Site에서 홀로 책임을 지는 영역이 있고(사무소, 공장) 그 밑에는 수많은 현지 직원들의 밥줄이 걸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사 때와는 다르게 낮이고 밤이고 수시로 단톡방에서 정보와 업무지시가 오고가고 현지 휴일에 관계없이 본사의 일정에 맞게 일하게 되어있다.

    나도 워라밸을 좋아하지만 현지에 와서야 뼈저리게 느낀 것이 '주재원'이라는 타이틀로 외국에 온 이상 현지에서 살고 있는 24시간이 내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 이었다.

     

    두번째. 부임 초기 가족의 정착을 케어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확보하자

    요즘 처럼 맞벌이가 일반적인 시대에 보통 배우자가 주재원으로 가면 나머지 한쪽은 휴직이나 퇴사를 하고 함께 동행하기 마련인데, 그러한 경우 주재원은 여전히 내 직장과 내 커뮤니티가 있지만 배우자의 일상은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당장은 퇴사하고 주재원을 따라가는 배우자들이 진정한 승자로 보일 수 있지만 30대 중후반 쯤에 이미 사회적으로 커뮤니티가 단단한 사람들이 0부터 시작하는 해외생활은 외로움과 당황스러움의 연속이다.

    부임 초기에 낯설음과 일로 치이는 주재원들은 업무시간 중에는 인수인계만 집중하고 퇴근 후에는 가족에게 넋두리나 하며 쉬고 싶겠지만 의외로 업무 시간 중에도 가족들의 정착을 위한 페이퍼 워크도 해야하고 퇴근 후에는 배우자의 초기 정착 스트레스도 풀어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사전에 가족들의 일상과 정착을 위한 서류 작업은 무엇을 해야할지 미리 파악하고 준비해서 내 마음의 여유를 챙기자. 안그러면 업무 스트레스+부부 싸움이다

     

    세번째. 어색해도 현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자

    사실 가장 쉬우면서 어려운 부분이다. 주재원으로 현지에 발령받은 대부분의 직원들은 최소 팀장, 부장급으로 갔을 텐데 나보다 직급이 낮은 현지 직원에게 업무에 대해 물어본다는 것은 생각이 많아지는 포인트 이다.

    '이건 물어봐도 되나, 묻지 않는게 나을까. 이건 말 할까, 말까?'

    하루에도 이 질문을 한시간에 몇번씩 떠올리지만 결과적으로 실례되는 질문들이 아니라면 부임 초기에 계속 물어보고 소통 하는게 낫다. 

    심지어 점심 시간에 같이 밥 먹으러 가자는 말도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될 수 있다면 밥도 같이 먹고 잠깐 이라도 부딪쳐 보는게 도움이 된다.

    내가 오기 전부터 법인에서 실무를 해왔던 현지 직원들의 도움이 없이 내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당연히 '아니오'이다.

    이 부분을 생각하면 현지 직원들과 잘 어울려서 가장 득이 되는 것은 주재원 자신임을 알자. 

     

    이상 주재원 +27일차 햇병아리가 초기에 느낀 점들을 정리한 내용이다.

    막상 나와보니 생각과는 너무나 달랐던(힘든) 주재원 생활 이기에 주재원을 준비하는 또는 나처럼 초기에 마음 둘 곳 없이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성한 글이지만, 한편으로는 내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쓴 글이다.

    지금은 여유보다는 조급함과 낯설음으로 빡빡한 심정이지만..나중에는 조금 더 여유롭게 즐겁게 주재원 생활을 보낼 수 있는 Tip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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